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가 철들기 전부터 이미 존재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그렇다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사랑을 전해본 적도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차라리 엄마마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살아왔으니까요.



어머니는 한쪽 눈이 없습니다.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고로 잃어버리신 것이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니까요. 사고가 죄는 아니지만, 다른 엄마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두 눈을, 그의 어머니만 하나라는 사실에,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 친구들로부터 어머니의 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절대 학교에 오지말라는 당부아닌 고함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넉넉하지도 못한 가정환경이 지긋지긋하던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 어둡고 습한 집구석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공부만이 유일한 탈출구였으니까요.

그나마 불량한 청소년의 길로 빠지지 않고, 한쪽 눈만을 가진 엄마와 가난한 집안 사정에 대한 탈출구로 공부를 택한 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일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었고 형편도 안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시장안에서 작은 가게를 근근히 운영하셨기 때문에, 휴일날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것은 말로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저 간신히 밥먹을 수 있는 형편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는 결국 서울의 명문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의 어머니께서는 그나마 운영하시던 가게의 보증금을 빼서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주십니다. 그리고는 시장 한 모퉁이 좌판으로 이동하시었지요. 그나마 준비된 것은 한학기 등록금 뿐이었습니다. 학교를 좀 낮춰가면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실력만 가지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더 좋은 간판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사실,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님에 대한 이유없는 미움,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빼면, 그 역시 이 나라에서 성공하고자 치열한 투쟁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고, 그야말로 코피쏟아가며 공부를 했으니까요.



그나마 명문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은 학년이 오를수록 시간과 육체를 필요로 하는 알바보다는 중고생들의 과외를 통한 어느정도 시간도 확보되며, 수입도 안정적인 상황이 됩니다. 더군다나 매우 성실했던 그는 과외를 주선해주시는 어머님들의 도움아닌 도움으로 괜찮은 집안의 여자와 결혼까지도 하게 됩니다. 그 결혼을 위해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서는 졸지에 돌아가신 분이 되어야 했지요. 차라리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한쪽 눈만 있고 볼품없는 홀어머니께서 결혼식장에 오시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런 그런 시간은 흘러 그는 어느새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지위에 올라, 과거의 어두운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수식될 수 있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아들이 서울로 공부하러간다고 떠난 뒤로 종종 들리는 소문으로만 아들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뿐, 그의 어머니는 얼굴도 얼굴이지만, 그동안 아들에게 변변한 용돈하나 보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저 소리없이 눈물만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런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동네 초등학교 동창들이 동창회를 만들면서 알게 된 아들의 주소가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자 위안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어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하루는 어머님께서 아들에 관한 악몽을 꾼 후, 도저히 그냥 있을수가 없어 아들 얼굴만이라도 보고자 큰 용기를 내어 아들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주소를 백번이고 확인한 다음 큰 호흡을 들이쉬고는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러 봅니다.

"누구세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네에~"

"할머니?"

하면서 여자아이는 문을 열어줍니다. 가끔 오시는 외할머니의 목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자 한쪽 눈이 없는 모르는 할머니를 보는 순간 딸을 놀라서 그만 울고 맙니다. 이 때 집 안에 있던 아들이 뛰쳐나와보니, 그 분은 다름아닌 어머니였던 것입니다. 20여년 동안 소식을 끊고 살아 온 어머님의 더욱 늙은 얼굴을 보자마자 아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은,

"누구세요? 누구신데... 이렇게 애를 울리세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찾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수 없이 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바로 뒤로 돌아 도망치듯이 나왔습니다.



며칠 후,

아내에게는 지방 출장을 다녀온다고 하고는 아들은 회사에 휴가를 냅니다. 그리고는 옛 집을 찾아가봅니다.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했을 시간이지만, 여전히 동네는 그대로였고, 기억은 그를 어느 새 그의 어린시절 집 앞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슬쩍 방안으로 가보니 평소 정갈하신 어머님의 성격과는 다르게 어지럽혀진 이부자리등이 방 안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집 안 어디에도 어머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동네 분들에게 물어 물어 결국 동네 병원을 찾게 됩니다.

서울에 다녀오신 뒤로 시름시름 앓던 어머님께서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마침 지나가던 이웃에게 발견이 되어 병원에 오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병실에서 물끄러미 어머니를 바라보던 아들에게 병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다가옵니다.

"OOO씨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사실 난, 네 아버지 친구이다."

"???"

"너는 당연히 모르고, 몰라야 했겠지... 네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했으니..."

"?!"


 


"네가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 밖에서 놀던 너는 사고로 왼쪽 눈을 잃게 되었단다. 쓰러질 때 충격으로 뇌진탕으로 인한 기억상실도 동반되었지... 네 아버지는 네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여기저기 미친듯이 돌아다니다가 그만 뺑소니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결국 네 어머니께서는 평생 한쪽 눈을 잃고 살아야 할 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눈을 너에게 주셨단다..."

"..."

"네가 어릴 때 이 사연을 들으면 충격을 받거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까봐, 시간이 지나 네 어머니께서는 네가 어른이 되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으나, 넌 결코 네 어머니에게 틈을 주지 않았지..."


[출처]


구글링을 하다가 우연히 읽게 된 내용을 좀 각색을 해서 올려보았습니다. 출처에 있는 내용이 실화인지, 허구인지 제가 확인해 볼 길은 없습니다. 다만, 꼭 위와 같은 특별한 사연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공기와 같은 부모님의 존재와 고마움에 대해 너무 당연하다거나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돌아가신 다음에 아무리 울고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우리만을 위해 살아오진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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